게임이 암환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1)

Project. Oncologg

1.

게임과 암.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물론 요새 ‘암 걸릴 것 같다’라는 표현이 농담처럼 널리 쓰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암은 암이죠.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병이라는 점에서 암만큼 진지하고 무서운 병도 없습니다.
그런데 게임이라니요.
그동안 놀공이 과학을 게임으로, 문학 고전을 게임으로 만들면서 게임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을 넓혀오긴 했지만, 암과의 조합은 상상이 잘 되지 않습니다.

어려운 걸 알았습니다. 그래도 놀공은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암을 공부하고, 암환자를 공부하고 그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게임은 아직 플레이테스트 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흥미로운 여정의 초기 단계를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어 이 글을 적습니다.

2.

이 프로젝트를 의뢰한 곳은 독일의 훔볼트 대학교 게임 랩입니다.
샤리떼 대학 병원을 파트너로, 정보 중심의 비디오 게임을 만들려던 게임랩은 난항을 겪으며 놀공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놀공 역시 처음 시도해보는 병원 관련 프로젝트에 걱정을 했지만, 샤리떼 대학병원 의사선생님을 만나는 등 초기 리서치를 하면서 이것 하나는 분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정보는 이 게임이 주어야 될 핵심 가치가 아니다

3.

이 프로젝트가 다루는 암은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Multiple Myeloma)입니다.
완치는 어렵지만 적절한 관리를 통한다면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가능한데요.
이 관리에서의 핵심은 특정 수치를 잘 관리하는 것입니다.
M단백이 0이 되게 하고, 백혈구/적혈구가 정상 범위에 있게 하는 등의 노력 말이죠.
이 노력은 결국 항암 치료, 조혈모 세포 이식 등의 치료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어려운 점은 환자의 상태마다 맞는 치료법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도전하고 실패를 받아들이고, 다시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또한 맞는 치료법을 발견하고, 치료를 잘 받아 관해(병이 일시적으로 호전되거나 소멸된 상태) 상태에 이르더라도 언제 재발이 될지 모릅니다. 지속적인 정기 검진은 필수죠.

정보를 게임의 핵심 가치가 아니라고 판단했던 이유는 정보가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지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약도 어떤 환자에게는 효과가 있고, 어떤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습니다.
다발성 골수종 환자들에게 중요한 건 병과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병과 함께하는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죠.

이러한 리서치를 통해 놀공이 도출한 게임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암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암과 함께하는 새로운 삶의 모델을 생각해 보게 한다

게임 속에서 환자는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을 때까지 시도하고, 이에 따른 수치 변화를 관리해야 하며, 부작용도 체험하게 됩니다.
수치를 잘 관리하다보면 관해 상태에 이르러 다시 삶의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정기 검진을 통해 다시 암과 싸워야 되는 상태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게임 속 태스크를 수행하며, 환자가 치료와 정기 검진이 일상이 되는 새로운 삶의 모델을 상상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알록달록한 종이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게임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는 이어지는 2탄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